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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자기앞의 생 -에밀 아자르 여기는 밤 열두시. 거기는 지금 이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겠네, 갑작스런 편지기는 하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지? 그냥 문득 네가 추천해주었던 책을 다시 읽고 나서는 너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 생겨서 펜을 들었어 책이랑 같이 보내니까 열심히 읽어보도록 해ㅋ 우리가 알고 지낸지가 어느덧 7년이 지났어. 이제 내가 무슨 말만 해도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 행동하나로도 내 생각을 눈치채버리는 널 보면 좀 징그러, 너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말한마디로 나를 판단하고 대응해주지. 무척이나 편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지금 이순간의 나만으로 나를 판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자주 들어. 내가 추천해주는 책의 작가는 이런 생각을 실제로 실천한 사람이야.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자기.. 더보기
연애하는 날 한 여자아이의 모든 걸 이해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 아이의 손을 거리낌 없이잡을 수 있을 때가 아닌, 그 아이의 바뀐 전화번호 조차 모르던 시기에 그랬다. 몇 년을 그렇게 이해하려 노력했고, 희미하게 잡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걸 그 때 알았다면, 난 그 아이의 손을 잡았을까. 그 아이 교과서에 내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었을까. 아마도 그때의 난, 알기가 두려워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최인석의 장편 ‘연애, 하는 날’은 그러한 두려움이 곳곳에 묻어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상대의 마음 뿐 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숨는다. 서로가 다른 꿈을 꾸며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자연스레 다른 꿈을 꾸며 아파한다. 그리고 바다로 갈 .. 더보기
당신들을 위하여 부제 : 너나 처먹어라 오늘 오후 3시. 학생총회가 열렸다. 학생 정원의 10%를 모아야 하니 우리 학교는 1600명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6시가 될 때까지 인원이 부족해 개회 불가능. 수업이 끝난 일군의 공대 병력들을 강제차출한 뒤에야 학생총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시스템 상으로 확인된 참여자는 1890명. 학생총회가 개최되고 3개 안건과 기타안건, 하나의 현장발의가 이루어졌다. 4.9% 인상, 2.5% 인하에 대한 잔여 인상분(?) 등록금 환급 전원찬성, 등록금 인하와 함께 줄어든 교양과목 수 원상복구. 역시 전원찬성. 단과대별 요구사항 수용, 2명 반대. 2명을 제외한 참가자 나머지 전원찬성. 그리고 대망의 기타안건. 등록금 15% 인하. 전원찬성. 첫 번째 문제는 안건의 발의와 통과에 관한 문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