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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85

자기앞의 생


자기앞의 생 -에밀 아자르

 

여기는 밤 열두시. 거기는 지금 이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겠네, 갑작스런 편지기는 하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지? 그냥 문득 네가 추천해주었던 책을 다시 읽고 나서는 너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 생겨서 펜을 들었어 책이랑 같이 보내니까 열심히 읽어보도록 해

 

우리가 알고 지낸지가 어느덧 7년이 지났어. 이제 내가 무슨 말만 해도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 행동하나로도 내 생각을 눈치채버리는 널 보면 좀 징그러, 너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말한마디로 나를 판단하고 대응해주지. 무척이나 편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지금 이순간의 나만으로 나를 판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자주 들어.

내가 추천해주는 책의 작가는 이런 생각을 실제로 실천한 사람이야.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자기앞의 생을 써내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콩구르 상을 수상하지. 원래 이 상은 한사람이 두 번 받을수 없는 책인데, 로맹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그리고 그 자신의 본명으로 콩구르 상을 두 번이나 받게되지.

 

자기앞의 생은 모모의 회상식으로 이야기 전개가 되. 요즘 아이들 중에도 가끔 찾을수 있는 소위 세상의 쓴맛을 알아버린아이의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래서일까 무척 귀여우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야. 우리 나이때에 저런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면 무척이나 버릇없어 보이겠지만, 오히려 이런 열 살꼬마의 냉소는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지.

 

열 살배기 꼬마 모모는 누군지 모르는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서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길러주며 돈을 받는 로자아줌마의 집인 벨빌 7층에서 살고 있어 소설의 시작부분에서는 로자아줌마네 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지만, 로자아주머니가 병약해지면서 하나 둘 입양을 떠나가고 마지막에는 로자아줌마와 둘만이 벨빌에 남게되지. 모모는 로자아줌마에게 보호를 받다가는 쇠약해져가는 로자 아줌마를 보호해주는 역할로 서서히 변해가며 세상의 빗발치는 어려움을 겪어나가게 되.

 

벨빌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에 대하여 떳떳하지 못한 약자들이야. 빅토르 위고의 책을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 여장복장으로 돈을 벌어먹으면서도 언제나 로자아줌마와 모모를 챙겨주는 아줌마같은 사람들은 떳떳하지 못하지만 떳떳한 사람들은 주지 못하는 많은것들을 모모에게 제공하고 알려주지. 이런사람들 주위에서 모모는 순식간에성장하고, 세상을 배우고, 사랑을 배워가게되.

 

책의 시작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은 사랑없이는 살수없다라는 말을 처음에 읽었을때와, 마지막에 나오는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는 감정은 무척이나 달랐어. 물론 나는 아직 사랑 없이는 살수 없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않아. 하지만 내 앞에 놓여있는 나의 생에 사랑이라는 게 있으면 지금보다 더 즐거울거라는 생각은 하게 되. 넌 어떨지 궁금하네

 

어느덧 밤은 지나고 새벽이 오려고 하고 있어 거기는 하늘의 중턱에 해가 걸려있겠지? 남은 너의 하루가 즐겁기를 바랄게. 책은 주는건 아니고 빌려주는거니까 한국에 돌아오면 꼭 돌려줘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아. 이만 줄일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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